2022-05-11

밤마다 생각이 많아 잠들기 어렵다. 잡히는 아무 기억에다 수많은 만약을 붙이기 시작하면 문장에 마침표는 없다. 지칠 때까지 말을 나누다 말줄임표처럼 함께 잠들고 싶은 밤이다.

2022-03-11

![](https://64.media.tumblr.com/f4e71e4b44c1f8e35838fe0f9baaf039/f1836801b1279714-99/s640x960/9fb11db9b8c45e3e06bbca8f85d5183b46e0de51.jpg) 업무적으로는 충만하고, 개인적으로는 외로운 날들.

2022-02-19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어쩐지 나에게는 고민과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다고 한다. 어떤 것이 그들을 말하게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신뢰받는 느낌이라 기분은 좋다. 다만, 다들 자신들의 고민을 한웅큼 해결하고 떠나면 남겨진 나는 너무 외롭다.

2022-02-15

미국에 다녀오고 엄마와의 첫 통화. 미국에서 만난 친구는 뭐하는 친구냐길래 대학원생이라고 했더니, 별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대뜸 “미국은 안 돼” 라고 하신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엄마가 나에게 무언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항상 내가 하는 것이라면 믿고 내 인생을 살도록 지지해준 엄마였다. 그런 엄마가 안 된다고 하는 게 있다니. 이유를 물으니 나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기 때문이란다. 30년 가까이 살며 들은 엄마의 첫 투정이었다. 복잡한 마음이 이리저리 엉켜 앉았다. 그럼에도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린다면. 결국, 아니 너무나도 쉽게 엄마는 그 결정을 수긍하고 나를 지지해줄 것이다. 그런 상상까지 하고나면 마음 한 구석에서 푸스스 하는 바람소리가 난다.

2022-02-14

![](https://64.media.tumblr.com/234690678b61ba2744070465da6c2003/0524e0e6857ccb71-a0/s640x960/98d9e853a4a3512272af6dff9ac4881bfed5ccd4.png) 살아가며 조금씩 깨닫는다. 나의 유별난 구석들. 많은 사람들은 가까운 누군가의 가르침이나 영향을 받고 자라는 듯하다. 부모나 친척이나 선생님이나 친구나. 태어나기도 전에 세상에 벌어졌던 일들을, 먼저 살았던 혹은 다르게 살아온 타인으로부터 배운다. 특히나 동성의 부모에게서 많이 배우는 것 같다. 나는 보통 혼자였다. 따스한 밥을 챙겨주는 엄마와 날 웃겨주는 형제자매가 있었지만,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자아를 형성하는 대화는 거의 없었다. 난 아직도 내가 면도기를 제대로 잡고 사용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다보니 내 삶은 온갖 창작의 결과물로 이루어져있다. 물려받은 것이 거의 없이 내가 사유하고 실천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다른 사람들도 그러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은 않았다. 지나온 나이에 제때 겪지 못한 것들이 많다.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내 땅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다보니 사회의 어떤 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것이 타인과의 소통을 방해한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한다. 이런저런 ‘보통'의 상에 비추어보면 나는 부족한 게 너무 많다. 이 부족함은 때때로 아주 중요한 순간에 돋보여서 나와 상대방을 당황스럽게 한다. 한 가지 확실히 마음에 드는 건, 이 덕분에 다양한 가치관에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좋게 말하면 편견이 없고 나쁘게 말하면 근본이 없다. 근본 없는 나의 마음이 좋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있을 때의 편안함을 생각한다. 그 무리 안에 있는 나는 너무나도 '보통'이다. 나의 신체에 최적화된 대기 속에서 호흡하는 기분이 든다. 결국에는 내 오랜 주제가처럼 사는 게 편하다. 맞는 건진 아직 확신이 없지만. 틀린 인생은 없으니까. 누군가 나와 잘 맞물리는 사람들을 곁에 두면서.

2022-02-11

밤에는 죽을 듯이 목이 아팠다. 격리 중이라서 약도 구하지 못하고 꺽꺽 대며 침대를 뒹굴었다. 목이 아프다고 죽을 일은 없겠지만, 혼미하게 뒹구는 와중에는 이러다 어떻게 돼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언젠가 참아낼 수 없는 병이 들면 막막해서 어쩌지. 혼자 이겨내지 못할 아픔이 다가오면 나는 어쩌지.

2022-02-06

![](https://64.media.tumblr.com/81c0b84571f78ba9ce48c86a7038af3b/db7008fd11e534fd-4d/s640x960/bce5c96debb363f879991a676369ed126c688891.jpg) 몇 개월은 거뜬히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말들 나름 잘 살았다 생각이 들게 하는 순간들

2022-02-05

마음이 빠르게 변화하는 것을 느낀다. 인풋이 많아 신경 쓸 게 많은 나날을 지나고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쉽게 안정을 찾고 있다. 접어두었던 꿈을 다시 펼쳐보았다. 잊고 살아온 줄 알았는데 모르는 새 내 인생은 꿈을 향해 전진해있었다. 제자리 걸음을 했던 시간인 줄 알았는데 눈을 감고 있는 와중에도 정확한 길로 걷고 있었다. 또 한 번 인생의 엄청난 행운이 모여드는 기분이다. 이 행운이 언제까지 계속 될까? 기쁘면서도 부채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좀 더 이기적으로 내 생각만 하기로 한다.

2022-01-13

다시 아무에게도 말 못하는 외톨이가 된 기분입니다. 새로, 라는 단어가 슬프게 자라나는 나의 마음이에요.

2022-01-10

매일 쓰는 것은 풀어두고, 어떤 것은 가져온 채로 그냥 두어서 어수선한 마음이에요. 이전보다 나아진 환경에 만족스럽기는 하지만, 이제는 짐을 모두 풀어야겠지요.

2022-01-07

이제 끝

2022-01-07

20대 초의 어느 날, 동아리 선배가 나에게 물은 적이 있다. “체리는 행복해?”. 그 질문에 나는 너무 당연하다는 듯 “네!” 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주변에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은 체리가 유일하다고 했다. 20대가 되어 혼자 살기 시작한 후부터 나는 거의 항상 행복한 삶을 살았다. 가끔 불행한 일이 일어나도 하루 이틀, 길어도 1~2주면 회복하고 다시 행복해지곤 했다. 아무 사건도 벌어지지 않으면 나의 기본값은 항상 행복이었다. 지금 주변을 살펴봐도 역시나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럴 때면 비교적 지나치게 행복한 나는 의심이 든다. 나의 행복 감각이 고장나서, 불행한데도 불행하다 느끼지 못하는 걸까? 사실 행복이란 내가 모르는 다른 어떤 것인데 나는 그걸 알지 못하고 생뚱맞은 다른 감정을 가져다가 행복이라 느끼는 건 아닐까? 나는 인생이 처음이라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끼는지 알 수가 없다. 10대의 나는 현실의 경험을 외면하고 책과 게임에 파묻혀 살았다. 오로지 나 혼자 존재하는 순간에만 편하고 즐거웠다. 학교는 답답했고 친척들은 보기도 싫었다. 친구는 한 명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학교가 아니면 거의 보지 않았다. 대부분을 혼자 지냈고 그만큼 나만의 세계는 거대해졌다. 커다란 나의 세계에서 본 또래 애들은 말이 안 통하고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럴수록 더욱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학교든 친척이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고, 나의 흥미를 잡아 끄는 건 책과 게임 뿐이었다. 그러다 20대가 되고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기 시작했다. 자유로운 대학 생활이 시작되었다.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을 수 있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만 친구가 될 수 있다. 원하는 동아리에 들어갈 수 있고 돈을 벌고 싶으면 하고 싶은 일로 창업하면 됐다. 이전의 20년에서 느끼지 못한, 압도될 만큼의 커다란 자유가 도처에 널려있었다. 아무리 자유를 누려도 끝이 없었다. 아무리 궂은 일이 나를 괴롭히려 해도 10대의 시절과 비교하면 매 순간이 찬란했다. 점점 책과 게임의 필요가 사라지며 책과 게임의 자리를 다른 자유로운 활동들에 내어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자유롭기만 할 수 있다면 행복하다. 쌓아온 모든 것을 잃어도 나 자신만 살아있고 자유로울 수 있다면 행복은 여전하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죽지만 않으면 됐어” 라는 생각을 하면 별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시대, 능력, 성격, 환경 등등 온갖 것이 운이 좋아서 고맙게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때문에 종종 행복과 불안을 다채롭게 느끼는 주변의 사람들을 쉽게 공감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러면 내가 잘못된 것일까, 하고 생각하다가도 심리상담 선생님이 사람마다 그저 다른 것이라고 하는 말을 떠올린다. 머리로는 “그래, 그냥 다른 거지.” 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불안하고 아쉽기만 하다. 자연스럽게 마음 속으로부터 타인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게 슬프다. 내가 아무리 진심이어도 주변 사람에게는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 때면 삶을 부정당하는 것만 같다. 첫 단추부터 다시 잠궈야 할 듯한 느낌이다. 차갑지 않고 싶은데. 나의 유일한 불행은 불행에 둔감한 마음이다.

2022-01-04

요즘 해결하고 싶은 건, 매번 한 번 더 뜸을 들이게 만드는 부족한 용기. 그 한 번의 불필요한 뜸에 모든 장면이 눅눅해진다.

2022-01-02

올해로 서른이 되었다. 어제가 작년이었으니 서른이 되었다고 그 하루 차이가 특이한 변화를 만들진 않는다. 서른이 되는 하루가 평소의 하루와 달리 특별한 점이 있다면, 나이의 앞 숫자가 바뀌는 건 인생에 흔치는 않은 일이니 기억하기 좋은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스무 살의 나에서 어떻게 자라있나 생각해본다. 나의 서른은 여러모로 자유롭게 시도하기에 좋은 때라는 생각이 든다. 체력도 아직 쓸만하고, 돈과 시간도 원하는 만큼 조절할 수 있다. 이십 대 자체도 만족스런 찬란한 청춘의 순간이었지만 어딘가 모를 외부의 의무에 얽매여있어야했던 시대였다면, 삼십 대는 나의 내면만 이겨낼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는 시대가 될 듯 하다. 궁금하다. 3년 뒤에 무얼 하고 있을까. 나의 곁에는 누가 있을까.

2022-01-01

새해를 맞는 꿈. 주변은 둘이나 셋을 단위로 군중이 흩어져있다. 사람 수에 비해 시끄럽지는 않으나 기분 좋은 웃음 소리가 은은한 청각 배경을 만든다. 멀리에는 디즈니 성 처럼 생긴 건물 무리 사이로 첨탑이 보인다. 푸른 밤하늘이 그 뒤를 감싸, 첨탑의 네모 반듯한 창문으로 삐져나오는 조명 빛이 돋보인다. 해돋이가 시작되듯 하늘이 살짝 빛나고 금방 다시 깜깜해지더니 우주에서 우주를 바라보듯 하얀 별과 빨갛고 파란 색이 섞인 은하수가 하늘을 뒤덮는다. 그 모습이 비현실적이다. 첨탑의 최첨단 살짝 위로 커다란 혜성이 보이지 않는 구름 뒤에서 나타난다. 첨탑에 꿰이려는 듯 정확한 위치에서 멈춰있다. 군중이 자신을 바라보기를 알고 있는 듯 움직이지 않고 여유롭게 그 놀라운 모습을 고정한다. 갑자기 폭죽이 날아올라 터지기 시작하고 별과 은하수와 혜성은 공연장의 조명처럼 그 자리에서 불을 밝혔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 모습을 잠시 감상한다. 이 시간이 길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던 찰나. 옆에서 자던 친구가 일어나는 소리와 함께 잠을 깬다. 새해 각오나 다짐은 살면서 해본 적 없지만 새해와 무관하게 지금과 조금 다른 삶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얼른 다가오기를 바란다. 202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는 그 삶에 가닿을 순 없겠지만, 그 삶이 무엇일지 상상해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과거는 바꿀 수 없고 나는 현재에 살아있을 뿐이다.

2021-12-24

긴 휴가가 시작됐다. 혹시 몰라 무얼 할지 하나도 정해두지 않았다. 기대 반 우울 반 심리 상담을 예약했다. 이런 저런 기준으로 상담소를 찾다보니 여러 상담사의 소개글을 읽게 되었다. 나와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이 많은지 이 문제를 따로 분류해두고 있다. 약간은 안심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어서. 부디 나를 고쳐주세요. 갑자기 크리스마스 이브다. 나는 아직 감당 못 하는 것 같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해봐도 바보같은 문장만 떠올라서 답답하다. 난 안중에도 없다. 어깨 힘 빼고, 복잡하게 생각 말고…

2021-12-23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보면 그 속으로 뛰어들고 싶다. 요즘 이 충동을 강하게 느낀다. 그럴 때마다 배낭에 넣을 것과 놓고 갈 것을 그려본다. 내 삶에 언제까지고 배낭에 넣고 간직할 것이 있긴 할까?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도 재밌을 것 같다. 무엇을 놓을지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가는 듯 하다.

2021-12-21

![](https://64.media.tumblr.com/800edf527e02144a66b512e6b826c3a1/2d93c9a2143f8716-bc/s640x960/c0ea90c25e4e737e8ada51c860a4bbbd98103b4f.jpg) 달이 유난히 크고 밝게 떴다. 연극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암전된 무대에서 긴장하며 뒤를 준비하던 신참 무대 스탭이 땀 나는 손을 진정시키고자 뒤의 암막 커튼을 살짝 잡는다. 커튼은 손을 중심으로 몇 개의 포물선 모양 주름을 만들며 옆 커튼과의 간격을 벌리고, 그 틈 사이로 햇빛이 곧게 들어와 관객석을 비춘다. 그 때 느껴지는 예상 못한 눈부심처럼. 오늘의 달은 하늘에 실수로 난 구멍처럼 자극적이게 보였다. 이 느낌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지만 어떻게 찍어도 달의 뚜렷한 가장자리가 뿌옇게만 보인다. 보여주고 싶은 이를 옆에 두지 않고는 같은 달을 보여줄 수가 없다. 나의 개인적인 꿈은 감각을 조각하는 사람이 되는 것, 좀 더 이타적인 꿈은 모두가 오롯이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배운 게 컴퓨터라서 내 재능으로 어떻게 꿈을 이룰까 고민하다 임시로 정한 목표는 가상현실의 구현이었다. 진짜 같은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가상의 현실. 만나고 싶은 이들과만 언제든 만날 수 있는 물리적 한계가 없는 세계. 감각을 조각하겠다는 꿈과 모두를 오롯이 존재하게 하겠다는 꿈을 1차원적으로 해석한 목표였다. 눈 앞의 달을 보며 느낀다. 이 구멍을 매일 마주하면 이처럼 눈부셨을까. 설정값을 조정해 빈도를 낮춘들, 그 사실을 알게되면 이처럼 감동적일까. 만약 트루먼쇼처럼 가상 세계인 걸 모르고 살더라도. 그러면 지금 현실과 다를 게 무엇일까. 잘 모방된 현실은 진짜 현실의 아름다움을 넘지 못할 듯 하다. 한계가 존재하는 목표보다는 아름다움의 외연을 확장하는 목표를 향해 가고 싶다. 지난 저녁엔 건축을 공부하는 친구와 꿈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예술과 공학, 인문학과 사회, 철학까지. 다학제적 범위를 다루는 그 놀라움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문득 나의 꿈이 건축에서 답이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신나게 미래를 상상을 했지만 아직은 거창하고 조금 먼 얘기다. 눈 앞의 일부터 해내야지.

2021-12-20

곁에서 보고 있으면 너무 좋지만, 행복에 빠져서는 일상을 지켜낼 수 없어서 거리를 두어야 한다. 내가 하겠다고 한 일을 해야하고, 나만 쳐다보는 회의도 준비해야하고, 친구의 마음도 달래줘야 하고… 아무튼 많은 것들의 밥값을 해야 한다. 다 놓고 싶어도 책임감은 놓을 수 없다. 너도 그럴 것이다. 행복에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10여년 자취하며 쌓아 온 물건을 정리하며 생각한다. 점점 무거워지는 짐이 언젠가는 내가 어디로도 떠나지 못 하게 할 듯 하다고. 책임과 미련 그 어딘가에서 영영 빠져나오지 못하게 할 듯 하다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길과 큰 금전적인 보상이 있는 길에서 잠시 고민했다. 인생에서 항상 그랬듯이 좋아하는 일에 마음이 갔지만, 이번에는 왠지 많은 돈이 있으면 책임과 미련에서 자유로워질까 하고 잠시 고민하게 됐다. 조심스레 털어놓은 이 마음에 친구는 듣고 싶은 말만 나에게 주었다. 운전을 이제 막 배웠더니 뭐든 차를 몰고 나가고 싶다. 어디든 갈 수 있겠다 자신감이 넘치지만 지금이 제일 위험한 거라고. 이대로 나가면 속도감을 모르고 도로에 맞지 않게 달릴까 살짝 미안하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매일 보고 싶다. 너무 많은 것들을 어렵게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 나에게는.

2021-12-19

다시 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어떤 생각으로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사실 지금 내가 좋은데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어주는데도 자꾸 이상한 생각을 한다. 내 자신에게 만족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는 변덕이다.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행복을 바라서 그런 걸까. 처음 혼자 유치원에 가던 날이 떠오른다. 엄마와 누나가 몰래 뒤따라오는 걸 알기에 겁 없이 씩씩하게 걸어갔지만, 사방을 살피며 똑바로 걷느라 온 신경이 곤두섰던 기억이 난다. 이번엔 뒤를 봐주는 사람도 없이 첫 걸음을 떼는 기분이다. 그런데 발이 너무 꼬여서, 게다가 사방에서 차들이 달려들어서 아무것도 못 하고 주저 앉아 울 것 같다. 이 상황에 참을 수 없는 건, 목적지에 못 다다를까 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차들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에 울 것 같다는 것이다.

2021-12-18

모두가 퇴근해 빈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오랜 친구의 입원비를 내고 동경하는 친구와 서로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러 관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을 느낀다. 익숙한 것과 미숙한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존재의 특이성에 대해 생각한다. 저마다의 끝없는 다름에 대해 생각한다.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공감과 상처를 생각한다. 다른 존재를 그 자체로 받아들여 사랑할 수 있는가. 그럴 수도 있다 깨달았지만, 내가 다른 이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는지. 확신을 준 사람은 아직 없다. 사랑은 요원하다. 다만 아직 과정이라 믿는다.

2021-12-14

주기적인 변덕의 시기가 다시 찾아온 것 같다. 다 놓고 싶다.

2021-12-14

잠이 오지 않는 밤엔 월정리 바다 같은 당신이 떠오릅니다. 주기적으로 밀고 빠지는 기억 곁을 쓰다듬으면 헤아리지 못한 저 깊은 속이 궁금해집니다. 당신이 다가올 때면 나의 바닥은 매번 다시 쓰일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참으로 한결같으면서도 저마다 다르게 밀려오는 모양이 질릴 새 없이 벌써 그립습니다. 바다, 달이 머무는 바다

2021-12-14

![](https://64.media.tumblr.com/4b0169de4cb1ce08f50bd71b3c2edc84/324b43035950fba8-d6/s640x960/d78f67929631c3add9f90e9be003592de471f9d4.jpg) 위로를 주고, 위로를 받은 편지.

2021-12-13

친구가 요즘 내 sns가 뜸하다고 메세지를 보내왔다. 어떻게 눈치챘지, 하고 환히 답변했는데. 알고보니 친구는 내 근황엔 관심 없고 이직을 했고 채용을 위해 연락한 것이었다. 오늘은 뒤척이는 잠 끝에 겨우 일어나 연말에 몰려오는 일 폭탄을 온종일 붙잡았다. 한동안 외면했던 일하는 기분. 모두가 긍정적인 피드백을 준다. 좋아요. 감사해요. 일을 가득 하고, 또 밤에 할 일을 조금 남겨두고 요가를 가는 지하철에 탔다.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가볍다. 나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양말 발로 매트리스 위를 걷는 듯 보도블록을 딛는 감각이 부드럽다. 일을 하면 이렇게 자신있고 행복하지만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생각한다. 앞으로 또 한참을 일하며 살겠지만 조금은 다른 구석을 만들고 싶어서 친구에게 독서모임을 하자 물었다. 지하철이 다 왔다. 오늘 하루도, 남은 하루도 나마스떼.

2021-12-11

책임이라든가 슬픔이라든가 불안이라든가 걱정이라든가. 어려운 것들이 잔뜩 밀려온 한 주라서 피곤했는지 어제는 열두 시간을 잤다. 수없이 뒤척이며 어렵고 긴 잠을 잤다. 그래도 어쨌든 살아야지. 별 수 있겠나 싶었다. 별 일이 없더라면 그것도 다르게 어려웠겠지.

2021-12-08

![](https://64.media.tumblr.com/db28b055520f702141caacc454c58ef6/270ede6cc92b33a6-df/s640x960/504bcb0d9e78ebfa97fb2d6567361c35f39427ac.jpg) 6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일기에 적는 이야기는 그리 달라진 게 없다. 나의 못난 마음은 언제쯤 나아질까,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 나는 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건만, 그 사이 여러 사람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머뭇머뭇 하는 나에게 먼저 다가와 한없는 사랑과 믿음을 주고 있는 사람들. 나의 못난 마음은 그 사랑들을 의심하고 거리를 두곤 했었다. 그럼에도 변함 없는 사랑들은 결국 내 마음을 하나씩 열고는 했고. 이제서야 못난 마음의 원인을 찾고서 반대로 그들에게 열심히 마음을 열고 있다. 여전히 못난 내 마음이 나는 죽도록 싫지만. 그 마음이 삐져나올 때마다 너무 불안하고 힘들지만. 그런 내 모습을 알면서도 다정하게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외롭지 않다. 내가 그들 곁에 계속 있어도 될까? 나도 그들에게 좋은 사람일까? 노력해볼게.

2021-12-08

![](https://64.media.tumblr.com/ae6a5f3017e21370219f1336ecf63063/d19e06fbe69cc7f3-96/s640x960/ffbeada74c53e50eb882bf8590f40f3d887a698c.jpg) “아마도 나는 네가 될 수 없겠지만, 그러나 시도해도 실패할 그 일을 계속 시도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나. … 나는 오늘도 당신의 슬픔을 공부한다. 그래서 슬픔에 대한 공부는, 슬픈 공부다.” 오랜 친구가 우울증으로 입원했다. 위험한 정도가 100점 만점에 98점이었다. 생계 걱정에 꾹 참으며 약으로 위태롭게 버텨왔던 시간 끝에 마지막 수로 입원을 했다. 복잡한 마음에 응원도 위로도 제대로 하질 못했다. \- 어느 날, 잘 지내고 있는 줄만 알았던 그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아무 생각도 없이 같이 술을 마신 밤에 친구는 자신이 우울증이라고 말을 해주었다. 약 때문에 술도 먹으면 안 되는데, 한 번 마시고 싶었다고. 그러고는 한참을 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다 이해 못할 만큼 깊은 슬픔을 헤아려볼 뿐이었다. 친구가 앞에 있는데도 손이 닿지 않는 느낌이었다. 언젠가 큰 병원에 검사를 가는데 동행을 한 적이 있다. 진료를 기다리며 친구는 담담하게 수많은 진료 기록을 보여줬는데, 거기에는 담당 의사가 친구의 상태를 정의한 다양한 단어가 나열되어 있었다. 이 단어들이 친구가 되는 걸까? 의사들은 친구를 다 이해한 게 맞을까? 사람이 이렇게 몇 가지 단어로 표현이 될 수 있는 걸까? 친구는 아무 이유 없이 울기도 한다. 눈물을 닦고 닦고 닦고 닦아도 끊이질 않는다. 그럴 땐 티슈를 건네는 일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아무 말도 않고 손을 꼭 잡는다. 어떻게 고민해도 곁에 있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괴롭지만. 다음 한 마디는 당신의 마음에 더 가깝게 전달하고 싶어서, 그저 슬픔을 공부할 뿐이다. \- 내 곁에 있는, 지나간, 다양한 사랑을 생각한다. 언제든 이해할 수 없는 각자의 슬픔을 떠올린다. 내 심장의 박동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당신의 박동을 나도 느낄 수 있다면. 열심히 슬픔에 대해 공부할 뿐이다.

2021-12-02

![](https://64.media.tumblr.com/3e639b9daef36aa8bcb15473464d3a52/4a060552a82e84b2-92/s640x960/19d5b25a805aa165ae8c3b45b2b848b26f1536c8.jpg) 친구의 삶을 듣는 밤들 다양한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

2021-11-29

![](https://64.media.tumblr.com/0bd309e58718fc80e33ff5469d415dc1/4c5fcfee6dcbb106-de/s640x960/37046f2e85f3a072a78823f16a3f296430b27f40.jpg) 몰아서 쓰이는 나의 악보를 지켜보는 이에겐 스트레스가 가득할 터. 언덕 너머로 더 큰 언덕이 있다. 위태로움이 가시질 않는다.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달려들어 다치는 일에는 무슨 마음이 있는지.

2021-11-28

![](https://64.media.tumblr.com/46086d9c8f07dc240cedfdffabc5959c/f359688618652ded-79/s640x960/5ae5c1db6b9bf5454b4b1531b203f6ac167fd2fc.jpg) 외면한 보통을 찾는 날들

2021-11-25

![](https://64.media.tumblr.com/b21504eaae579acc23b16598425bd58d/cc161ce142dddf6f-49/s640x960/e150b57225b3f8f7478d53739d1968ce583b559c.jpg) 열흘 가량 이제껏 외면해왔던 나의 절반을 마주보고 있다. 고립된 인간 관계와 왜곡된 자존감, 그리고 불명확한 정체성. 일을 핑계삼아 바라보지 못했던, 일의 뒤에 숨겨 겉으로만 괜찮은 척 했던 그 문제들. 나의 자기중심적 문제를 파헤치고 있다. 인생의 여러 결핍에서 이렇게 집착적인 마음을 가진 이유를 속속 알아가고 있다. 아픈 상태이면서도 어쩌면 지금까지 난 괜찮다고 자위해온 것 같다. 이런 나를 지켜봐준 나의 주변인들에게 다시 또 미안하고 고맙다. 책과 음악과 영화가 있어서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경험과 지혜를 모아준 그들에게 말로 다 못할 감사와 존경을 전하고 싶다. 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일을 줄여간다. 내가 커리어적인 성취보다 안정적인 관계에서 더 행복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단해지고 단단해져서 누군가가 편안히 기댈 수 있는 나무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2021-11-25

![](https://64.media.tumblr.com/1cc7b5cf322b7dd8668c568f77ca57b0/3fd545350aef641f-db/s640x960/4a61edcd88a8b4c583673aca3c9e5e3adaa3f09e.jpg) 뭐가 그리 심각해져 있는지. 힘이 들어가면 될 것도 안 되지. 필라테스든 요가든 항상 듣는 말. 어깨 힘 좀 빼고!

2021-11-23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 왈칵 눈물이 나서 황급히 책을 들고 뛰쳐나갔다. 깜깜한 밤 멀리서 들리는 파도 소리를 한참 들었다. 명상을 하듯 생각을 비우려 하지만 마음은 도와줄 생각이 없다. 나약한 틈에 잠시 시선을 멈추면 눈물이 다시 나오려했다. 고개를 들어 별을 보았다. 미국 입국 심사를 위해 인적사항을 적는다. 부모의 이름을 적는 란이 나와 엄마의 이름을 적었다. 아래 빈 칸이 하나 더 있다. 몇 년 만에 떠올리는 이름인지. 어렴풋이 기억난 어색한 누군가의 이름을 억지로 적어넣었다. 아버지란 이름으로 부르던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다. 그 중 가장 강렬한 기억은 이렇다. 그 사람은 엄마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남매는 울며 경찰에 전화를 건다. 언제였을까, 초등학교는 입학한 후의 일이었을까. 너무 어려서 다른 것은 기억이 안 난다. 다만 의자를 던져 모두에게 공포를 불어 넣던 그 모습만이 기억 난다. 이로하여금 그 사람은 내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커다란 반면교사가 되었다. 그 때의 나는, 구구단도 못 외우면서 무언가라도 해야할 생각에 다짐했다. 엄마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나는 그 사람과 달리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을 거라고. 그 이후로 나는 감정 동요가 없는 사람이 되었다. 투정을 부리면 엄마가 힘들 거라고 생각했을까? 그 흔하다는 사춘기도 나에게는 없었다. 모든 감정과 고민을 내 안으로 삼켰고, 그 껍데기는 점점 두껍고 무거워졌다. 그저 삼남매를 홀로 키우는 엄마가 더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빨리 독립해서 짐을 덜어야지. 하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렇게 나는 어른이 되었다. 앞으로 여섯 번의 토요일이 찾아오면 앞자리가 또 한 번 바뀌어, 더욱 영락 없는 어른이다. 스무 살에 독립하고 일을 시작한 덕에 금방 넉넉한 수입을 갖게 되었다. 엄마의 새로운 시작을 지원할 수도 있었다. 나는 여전히 감정 동요가 적게 살았다. 화도 내지 않고, 슬퍼하지도 않고, 고민도 금방 내 안에서 삭아든다.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이리 피하고 저리 피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것 같은 관계가 생기면, 냅다 잊고 일에 매달리며 살았다. 오롯이 나를 위해 살지 못하고 세상에 이로운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강박에 살았다. 나는 그 사람처럼 되기 싫다고. 사춘기를 겪지 못한 탓일까. 이제와서 심각한 방황을 하고 있다. 마땅히 지나쳐야 했던 것을 피해온 탓에. 뒤늦게 소년에서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을 찬찬히 밟고 있다. 그 방황의 일환으로 미국에 가려 했다. 그런데 거기서 얼굴은 커녕 이름도 잊을 뻔한 그 사람을 마주한 것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의 이 부자연스러운 생각과 행동들의 기원을. 벌벌 떨며 수화기를 들고 112에 전화하는 누나와 괴성을 지르는 그 사람. 어린 척, 모른 척 했지만 그 상황을 모두 이해하고 있던 어린 나. 이제서야 어린 나를 이해하며 나 자신과 화해하고 있다. 잘 살았어. 이제 나를 위해 살아.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가둔 방어적인 마음을 깨닫게 한 인연을 생각한다. 어떤 슬픔은 행복과 함께 온다. 아직 고루 섞이지 않아 뜨거운지 차가운지 헷갈리지만, 오랜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는 걸 느낀다. 목이 데이거나 감기에 걸려도 상관 없을 것 같다. 오랫동안 가둬왔던 감정이 목젖 뒤에서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다. 살아있음을 느낌과 동시에 수십 년을 참아온 두꺼운 외로움이 밀려온다. 오늘은 눈물을 흘릴 수 있어서 행복했고, 그리고 슬펐다.

2021-11-21

![](https://64.media.tumblr.com/a589e1de4c696d9436f7315b34eb0f9b/f7b9b42229b13761-3b/s640x960/3a9a46fa20850cb4cc91b2cc20eef695a9109ffb.jpg) 읽고 듣고 보고 마신다. 나의 존재와 화해하기 위해.

2020-07-26

이사를 했다. 방이 두 배 정도 넓어졌다. 전에 쓰던 가구는 대부분 주변 사람들에게 싸게 팔고 몇 가지만 가지고 왔다. 짐을 바닥에 놓고 아직도 풀지를 못했다. 하루 종일 공간을 어떻게 채울까 생각만 했다. 어찌해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기막힌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까지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다. 어수선하고 텅 빈 방의 끝에 누웠다. 방 반대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있다.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그냥 평범하고 일상적이게 사랑하는 사람과 있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보통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

2020-07-26

뜬금 없이 취향이 바뀌었다는 걸 느낀다. 좋아하던 사람들에 관심이 안 가고, 갖고 싶던 것들이 생각나지 않는다. 취향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듯한 기분. 당분간은 일에 집중하고 싶다. 일이 년의 시간에 후회가 남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걸 만들고 싶다. 다른 건 신경쓰고 싶지 않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살짝은 슬프다. 나 이제 혼자서만 살 것 같아.

2020-07-12

게으르게 완만한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에는 새로운 기회들이 끊임 없이 행복하게 쌓여있다. 이전까지 그토록 갈망했던 방랑의 시기가 느릿느릿한 나에게 먼저 다가왔다. 나를 지탱하면서도 고통스럽게 했던 과거에 대해 미우면서도 미안한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 어느 순간 그들을 보듬어야 할 필요를 잃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나만 잘 하면 돼. 나는 나고 너는 너야. 생각보다 나의 책임은 가벼웠다. 주어진 책임이 가벼운지, 내 책임감이 가벼운지는 조금 헷갈리지만 더 생각하지는 않기로 했다. 나로 인해 누군가는 밤을 지새우고 누군가는 미래를 바꾸었다. 누군가는 절망했고 누군가는 새로운 의지를 다졌다.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기에 아직 나는 너무 부족하다. 뭐가 부족한지도 모를 만큼 부족하다. 그래서 더욱 은둔형 삶을 살려고 하는 지도 모른다. 언제든 떳떳한 결정을 하고 싶다. 먼 훗날 내 삶의 모든 부분이 낱낱이 공개되어도 부끄럽지 않고 싶다. 특히나 지금의 모든 결정들은 더욱 그러고싶다.

2020-07-09

나에게 진실된 시간을 보내자 내 자신에게 비겁해지지 말자 언제든 부끄럽지 않게 살자 언젠가 모든 게 끝날 때까지 잊지 않게 노력하자

2020-06-17

![](https://64.media.tumblr.com/f7dd233098b126b83af718d3e27cd688/3551ca09a0c5b402-a5/s640x960/06e5ab148b7c3b2dbaa915cd6d3d7410f5d85ce7.jpg) 감각의 아름다움을 조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릴 적엔 시간만 나면 도서관에 숨어서 글자를 읽었다. 학교와 집만 오고가며 혼자의 시간을 즐기곤 했던 나에게, 두 명이면 꽉 차는 책장 사이의 비좁은 공간은 시내 곳곳을 단숨에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의 망원경 눈구멍처럼 작고도 커다란 세계였다. 그곳에서 학교와 집에선 마주친 적 없는 사람들을 만났고 상상도 못한 사건을 경험했다. 글자 구멍에 눈을 대고 세상을 살피다보면 홀린듯이 시선을 머물게 하는 짜릿한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막상 입에 넣으면 실망할 걸 아는데도 냄새에 홀려 사게 되는 지하철 델리만쥬처럼, 내가 아는 경험보다 더 향긋한 감각을 만들어내는 글. 문장이 잘 쓰인 걸까 내 삶이 향기롭지 못했던 걸까, 고민을 안겨주는 충격의 문장들. 나이가 좀 들고서는 노래에 빠졌다. 음율이 더해진 글자는 더욱 수용도를 높여 온갖 구멍을 통해 내 안으로 들어왔다. 내 상태와 감정을 정확히 짚어내는 노래를 하나하나 발견하며 나의 세계를 타인의 목소리로 하나하나 채웠다. 어떤 노래는 나의 행복에 공명해서 하늘로 날아갈듯 감정을 증폭시키고, 어떤 노래는 나의 우울을 보편적인 삶의 형태로 만들어 고통을 마취시켰다. 노래로 착착 채워가는 삶의 퍼즐을 보며, 어쩌면 인생은 한 곡의 아주 긴 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내 마음에 딱 맞는 공감의 위로를 발견하면 그 화자를 사랑하게 된다. 어쩜. 만나지 않고도 말과 글자로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일은 너무 신비롭다. 그래서 나도 누군가의 감각에 가닿아 감동을 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 한때는 시인이 되고 싶었고, 어느 한때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그들을 동경하는 일이 전부다. 내 삶의 주도권을 가지게 되고 내 생각도 정리되는 날이 오면 꼭 감각을 조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혹시 이번 생에 못 한다면, 다음 생에는 꼭.

2020-06-12

![](https://64.media.tumblr.com/e5bdbd0adc06e9e1106ade9f6942f87a/383d946666c76fb9-74/s640x960/6a5ea49f6a9be7f48d69b8b8e2508b640179c7c5.jpg) 사람 셋, 술 종류도 셋. 우리는 각자 먹고 싶은 술을 시켰다. 사장님은 껄껄 웃으시며 각기 다른 잔 세 개에 술을 내어 주신다. 개인이 오롯이 존중받을 수 있는 시간은 흔치 않다. 이해해주고 존중해주는 주변에게 고마워하며, 나도 더 많은 이해와 존중을 할 수 있는 마음을 단련해야겠다 생각한다. 나는 하이볼과 맥주가 좋아.

2020-06-11

![](https://64.media.tumblr.com/45249ae74a60137594b8dc19191b5365/86cd82c51441b976-fe/s640x960/e7497a6b8987c825e726bf6e16e63f20a1688e2f.jpg) “좋아요.” “저는, 좋다는 말이 좋아요.” 좋아요. 라는 말을 생각해요. 당신을 상상하며 이 말을 떠올리면 심장이 뚝 떨어질 것처럼 아찔해져요. 그 아찔함이 왠지 부끄러워서, 목구멍을 넘으려는 그 말을 숨이 막힐 정도로 참고 참다가도 어쩌다 찔끔 소리 내서 말하곤 해요. 하지만 그것도 당신에게는 잠깐의 호의로 느껴지는 말이겠지요. 저는 그럼 온 밤을 다 새워 다듬어도 완성하지 못한 그 말을 뱉고 삼키기를 반복해요. 항상 저는 밉고 서툴기만 하네요. 당신은 좋다는 말이 좋다고 했지요. 천재적으로 교묘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말에 저는 없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좋다는 말은 좋은 거니까, 좋다고 생각하려고요. 당신이 좋아하는 건 저도 좋으니까요.

2020-06-09

![](https://64.media.tumblr.com/5a40cbf434d49957b86e0e7c4446648c/cb550b12787d419b-af/s640x960/f5e00ad7399a1ffa51132c06bf69e27e6fab4281.jpg) Good morning. 여기는 밤 열 시 반, 그에게는 아침. 인사를 건넨다. 좋은 아침. 노트북 화면에는 눈부신 노란 조명과 잠옷을 입은 내가 보인다. 조명이 비추는 일부를 제외하면 방 안은 밤의 느낌을 잔뜩 풍긴다. 그럼에도 인삿말은 “좋은 아침”이라니. Good morning, good afternoon, good evening. 인삿말은 온통 우리가 같은 하늘 아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서로 안부를 묻는 건 만나서 할 수 있는 이야기니까.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이 좋을 것이라는 인사. 좋은 아침. 그래서 우리의 시간이 다를 때 하는 인사는 어쩐지 슬프다.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에 어쩔 수 없이 텁텁한 안부만을 전하는, 마음만큼 되지 않는 말. 좋은 아침. 우리의 시간은 왜 다를까. 나도 너와 아침을 함께하고 싶은데. 너의 아침을 찾는 동안 나의 밤은 온데간데없다.

2020-06-04

![](https://64.media.tumblr.com/3592f640436f44510566f60d134874b7/3dec94fb0b97d846-6e/s640x960/196f564892eeb18130a50dd905f8a93f8e0df41e.jpg) 하늘에 날려보낸 풍선이 영영 나의 곁을 떠났다는 사실에 눈을 떼지 못하고 황망히 서 있었다. 계속 손에 꼭 쥐고 놓지 않을 걸, 길거리를 같이 거닐고 집에도 가져와서 방 안에 묶어두고 내일도 함께 할 꿈을 꿀 걸. 술을 마시고 친구에게 풍선 얘기를 했다. 서로 취한 얼굴로 같은 허공을 바라보던 우리. 그가 얘기한다. 풍선은 하늘을 빽빽히 채우기 위한 게 아니야. 풍선을 놓을 때의 그 느낌과 감정을 온전히 느껴봐. 우리는 그 순간을 위해 풍선을 가지고 있는 거야. 날아가버려 눈 앞에서 사라지면, 터지고서 추락할 그 안쓰러운 껍질을 생각하면 그동안의 노력을 놓기가 쉽지 않았다. 손에 쥐고 있기 위했던 모든 애타는 마음과 신경을 곤두세우던 시간들이 그저 끝없이 황량한 하늘색 무덤에서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고 잊혀지는 것은 너무 아파보였다. 내가 닿을 수 없는 하늘로 풍선을 날려보내는 일. 나를 대신해 무언가 날아오르는 벅찬 느낌. 다시는 가까이서 볼 수 없고 끝 없이 작아지기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그 순간을 만들어내는 찰나의 대담함. 오늘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느껴지는 감정에 소중히 귀 기울이고, 더는 잊히지 않을 풍선을 손에서 놓았다.

2020-06-02

며칠간 속이 답답해서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먹질 못했다. 배가 고프지도 않고 그렇다고 힘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잠깐의 변덕처럼 영양분 섭취를 거부하는 느낌. 겉보기에 나는 잘 움직이고 잘 살아 있다. 사진첩 첫 장엔 거의 한 달 전의 사진이 뜬다. 무언가를 간직할 생각도 못 하고 시간이 가는 대로 몸을 맡겼다. 저번 달에 무얼 했는지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관심받지 못한 내 삶의 조각들이 영영 돌아올 것 같지 않게 하늘로 날아간 풍선처럼 흩날리며 사라졌다. 잊힐 때쯤 터져서 추락할 것 같은 그런 조각들. 새로운 각오는 다짐한 지 이틀도 되지 않아 나약해졌다. 방랑하고 싶은 강한 이끌림은 취약하게 나를 찾아온다. 지나온 길을 다시 걷고 싶다. 길을 모르게 비틀거리며 다시 걷고 싶다. 모든 일이 평범하고 순조롭게 보인다. 계획한 업무는 예상을 벗어난 것이 없고 딱히 위협적인 일도 없다. 하지만 나는 앉은 자리에서도 수십 번을 위태롭게 방황한다. 고요한 수면에 더 뚜렷한 파장이 일어난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보이지 않는 부분부터 조용히 망가져 간다.